본문 바로가기

잡다한 이야기들

군인에게 눈이 힘들까? 비가 힘들까?

반응형

눈이 기가 막히게 왔습니다. 정말 이건 내가 스위스나 북극으로 여행을 하러 간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놀라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눈은 녹을 생각도 하지 않고, 어느 지역은 더 심하게 오는 곳도 있고, 대한민국의 날씨가 갈수록 미쳐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여름'과 '겨울'만 있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갈 때쯤... '여름과 겨울만'...'아~ 여름과 겨울만'... '아... 여름... 겨울' 이거 어디에서 많이 듣던 소리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군대에서 들었던 소리가 머리 속에서 다시금 재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군대에는 '여름과 겨울 밖에 없어!!'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4계절-춘하추동-이 있는 국가라고 하지만, 이상하게 그 대한민국 안에서도 군대에서만큼은 욜라 덥던지, 졸라 춥던지 둘 중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 하늘에서 펑펑펑 내리던 눈은

"도무지 왜 이짓을 하는지 그 이유라도 알려다오~"

라고 외치며, 하염없이 내리던 눈을 대비로 쓸던 그 때의 악몽을 되살리게 만들어줍니다.  아무리 쓸어도 쓸어도 어느새 뒤를 돌아보면 수북히 쌓여있는 눈들... 차라리 뒤를 돌아볼 때 처녀귀신이 피를 흘리며 서 있는게 나을지 모르는 그 끔찍한 상황을, 예비역들은 다 알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쌓인 눈들을 바라보며 여친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비가 저렇게 온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과연 그럴까요? 저만한 양의 비가 오는게 날까? 눈이 오는게 날까? 괜시리 그 질문은 내 머리속에서 요런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군인에게 눈이 힘들까? 비가 힘들까?

왠지 지워지지 않는 그 질문, 그래서 한번 고민해봤습니다. 군인에게 눈이 힘들까? 비가 힘들까? 한번 전격비교 해봅시다!!


 군인이 맞이할 비와의 싸움 군인이 맞이할 눈과의 싸움


1. 구멍뚫린 저하늘은   마냥비를 내리시네
   근무시간 다됐는데   마른우의 어디갔나?
   죽어라고 찾아봐도   멀쩡한놈 안보이네
   시간다돼 할수없이   젖은우의 가져가서
   고참님께 드렸더니   선빵부터 날리시네

   번쩍이는 불꽃속에   눈에띄는 마른우의
   알고보니 이등별이   입겠다고 챙겨놨네
   신이시여 어쩌자고   저딴놈을 주셨나요


2. 점호직전 청소시간   군화정말 안닦이네
   물쳐먹은 하마대신   물쳐먹은 군화라니
   구두약과 싸움하고   진흙떼라 고생하네
   겨우겨우 시간맞춰   바닥청소 마쳤더니
   복귀하신 고참님이   바닥다시 더럽히네


3. 근무하러 나갔더니  폭우다시 쏟아지네
   한국영화 해운대를   근무나가 찍고있네
   날카로운 전화소리  받아보니 행보관님
   사람목숨 걱정않고  시설관리 잘하라네 
 
  
4. 이제비가 그치누나  시설보수 해야하네
   땅바닥은 눈치없이  그새잡초 쏟아내네
   죽어라고 일끝내니  다시비가 내린다네
   하늘이여 하늘이여  구멍뚫린 하늘이여
   이여름아 지나가라  간절히도 빌었더니
   가을한번 못만나고  추운겨울 바로왔네

눈을 소재로는 4행시를 못하겠네요. 운율맞추기가 골치아파요.
그냥 써봐야겠습니다. 근데 쓰다보면 자꾸 운율을 맞추게 됩니다. ㅋ

1. 하염없이 내리는 눈, 분명 명동 한복판에는 미니스커트 아가씨들 즐비한데, 같은 나라 같은 위도임에도 왜 우리부대 날씨는 이 모양인가? 

2. 아침점호시간 옷을 입어도 추워죽겠는데, 왜 옷 벗고 구보하라는 건지, 추워덜덜 떨었더니 정신머리 썩었다며 눈밭위를 구르나네~ 영화 러브스토리는 남자끼리 찍는게 아닌데, 왜 지금 우리는 그러고 있나? 

3. 이놈의 판초우의는 또 젖어서 마른게 보이지 않네, 겨우겨우 멀쩡한 놈 챙겨놓고 화장실 갔다왔더니 개념없는 이등별님 어느새 입고 각잡고 계시네... 

4. 하염없이 내리는 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풍경하나! 왜 나는 그 눈을 맞으며 쓸어도 쓸어도 티가 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열심히 쓸었다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내린 눈에 길이 없어졌네~ 행보관님 달려와서 눈 안 쓸고 놀았다고 구타하네~

5. 마침내 겨우 그친 눈, 이제 좀 살겠구나 싶었는데 뉴스에서는 내일부터 한파라네... 잠도 못자고 얼음 얼까봐 열심히 눈을 밀어내내,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야간 근무시간... 귀가 팅팅 목토시는 후즐근... A급을 보급 받으면 뭐하나? 고참새퀴가 가져가는 걸...
이리 눈이 오고 비가 오는 풍경들을 생각하며, 지난 날을 회상하니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봄이라 잡초뽑고
여름이라 제초작업하고
가을이라 낙엽쓸고
겨울이라 눈쓰는


이 놈의 군대... 눈이 힘들까? 비가 힘들까? 이런 고민은 헛된 짓이었습니다. 그냥 다 힘들 뿐입니다.
폭설이 오면, 시민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대민지원 나가서 마을 주민들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군인들, 그들 고생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어짜피 힘든 이 상황이지만, 다들 힘내봐야겠습니다.

지옥철을 겨우 견뎌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다들 아자아자 화이팅 입니다.


p.s: 고생많습니다. 군인분들... 소녀시대가 여러분들을 위로해줄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