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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예고편/액션/SF

'거북이 달린다' 지지리 궁상인 우리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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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거북이 달린다 영화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씨네2000[제작]에 있습니다.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배급)]


'거북이 달린다'를 봤습니다. 빠른 놈 위에 질긴 놈... 왠만하면 알고 있을 '토끼와 거북이'의 꾸준한 거북이, 그가 어떻게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근성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질기게 쫓아가고 질기게 쫓아가는 모습. 그런데 거북이 달린다에서 거북이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과연 질기게 쫓아가고 질기게 쫓아가는 모습일까요? 네 맞습니다. 질기고 또 질기지요. 그런데 왠지 제 눈에는 그 거북이가 '지지리 궁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생각해보니 '토끼와 거북이'의 거북이도 그렇습니다. 지지리 궁상인 거북이가 토끼 한번 이겨보고 싶다고, 그 잘 움직여지지 않은 발을 움직여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습니다. 차라리 수영 대결을 벌이자고 하지~ 왜 달리기를 하자고 해서, 궁상맞게 저러고 있을까? 정말 달리기에 잘난 구석 하나도 없는 거북이가, 달리기에 축복받은 토끼를 이겨보겠다고 바둥바둥 치고 있는 모습이, 그래서인지 지지리 궁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거북이 연민이 생깁니다. 그 못난 놈인데 잘 나 보이려하는 그가 어리석어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거북이 달린다.' 그렇게 보았습니다. 이제 이 영화 리뷰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항상 하는 작업...

1. 영화 스포 가득합니다. 주의해주십시오. 맘에 걸리시면 바깥으로 쓩!!
2. 가급적 짧게 쓰려고 하지만 힘들군요. 죄송합니다. 
    긴 글 시간 내서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100% 공감가는 이야기를 쓸 자신은 없지만,
    별 내용없는 이야기를 안 쓸려고 노력은 해봅니다.




1. 이 영화 '잘난 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거북이 달린다'의 배경은 충남 예산입니다. 한적한 시골마을... 형사들에게도 최대의 관심은 '소싸움 대회'를 성공리에 마치는 것... 아~! 충남 예산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 말아주십시오. 영화에서 리얼리티를 위한 지역 배치라고 생각됩니다.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소위 '잘난 것'과 거리가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역선정에서도 한 몫하게 되지요. 서울특별시 청담동에서 일어난 경찰의 일도 아니고, 강남에서 일어난 사건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한적한 시골 마을... 그저 특별할 것 없는 동네라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 특권층은 별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명색이 범인 잡는 경찰들의 이야기인데도 '서장'은 몇 컷 나오지도 않고, 소 싸움을 대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고 회식자리를 마련하는 높은 어떤이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정경호)를 잡기 위해서 내려온 특별수사대장들의 캐릭터는 상당히 수동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들에게서 어떠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요건은 없고, 오히려 상당히 변방에 있으면서 내용의 중심에 있는 이들을 귀찮게 만드는 존재들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남들보다 '잘난' 그런 이들을 카메라는 무시합니다. 오히려 못난 우리네 인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네 양아치들이 포커를 하면서 백, 이백을 부르는 것은 타짜의 인물들이 백, 이백을 부름과 같으나 동전과 지폐라는 큰 차이점이 있고, 형사들에게 진짜 총은 보이지도 않고 가스총이 전부이며, 그들의 임무는 멋진 음악과 함께 줄을 타고 내려오거나 총을 연발로 발사하는 것은 없는, 그저 소싸움 대회 준비로 정신이 없습니다. 경찰들이 모두 모여서 '차량 안내 도우미'들에게 교육받고 있는 모습도 그러하고, 수사를 나가는 이들이 소싸움 포스터 붙이러 다녀야 하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공직자의 아내가 밍크코트 등으로 청문회에 불려 갈 일도 없습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양말 하나하나 뒤집고 구멍이 송송난 팬티를 입고 있으며 300만원을 희망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뛰어난 뒷다리 2개로 깡총깡총 뛸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움직이고 싶으면, 그저 잘 움직여지지 않는 느려터진 다리를 가지고 앞, 뒤, 양쪽 4개의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야만 하는... 그게 이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 소위 있는 것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2. 형사 영화 아닌 형사 영화                                                          

  한국에 있는 여러 형사 영화들, 각자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력3반>, <공공의 적>,<와일드 카드> 등은 통쾌하게 범인을 때려잡는 형사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곳에는 '정의감이 투철한 이'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공공의 적2에서의 강철중은 악당을 소탕하기 위한 열혈 검사이며, 소위 높은 검사들까지도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직위를 걸기까지 하지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그들의 모습... 정말로 영화에서만 볼 것 같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투캅스>는 조금 다른 형사영화입니다. 일단 형사 영화이기에 범인과의 최종결전이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영화 자체에서 나타나는 형사들은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는 이들이지요. 그러하기에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것은 범죄와의 전쟁이 아닌 형사 자체 입니다. 

  <추격자>, <살인의 추억>은 어떨까요? 이런 영화의 포인트는 '형사'나 '범죄와의 전쟁과정'이 아닌 '범인'에게 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정의감이 헐리웃 영화의 히어로처럼 투철하지 않더라 하더라도, 정말 헐리웃 영화의 악당 만큼 나쁜 놈들에게 분노를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영화의 초점은 '범인'에게 몰려있다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거북이 달린다'는 무슨 이야기일까요? 형사는 형사이지만 정의감으로 투철하지도 않고,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긴 하나 그것이 이들의 포인트도 아니고, 영화를 보면서 "저런 나쁜 범인!!!"하며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범죄에 대한 치를 떨게 만드는 악당의 등장도 없습니다. 그저 충청도가 나타내주는 '느긋함'이라는 것이 너무도 몸에 배어있는 그래서 인생을 하루하루 빈둥빈둥 살아가는 형사나,  동료형사 그리고 부하 형사에게 혹시 자기의 실수를 일러바치진 않았나? 가슴 졸이며 눈치 살살보고 있는 형사들, 정의감에 범죄 해결을 하는게 아니라  뒷돗 받았기에 범죄 해결을 하는 형사들, 특수수사대원과 몸싸움까지 하면서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를 잡은 건 우리 식구라고 말하는 이들... 

여기에는 상당히 색깔없고, 상당히 자랑할 것 없는 그냥 평범한 모습의 형사들만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우리네 모습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자신을 캐릭터화 시키기엔 우리는 너무 다양해 보이고, 너무 평범해 보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정의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굴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혜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리석어 보이고, 때로는 부지런한 듯 보이나 때로는 게으른... 잘난 듯 하나 못난 점도 있는게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래 보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속 인물로 보이지 않고, '현실'속 인물들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강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웅은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만 있지요.  '리얼 버라이어티'의 출연자들보다 이들은 더 자기 캐릭터가 없습니다. 그저 평범뿐... 





3. 지지리 궁상이라 움직여야 하는 현실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인생들, 그저 그런 인생들... 그런 인생들에게 필요한 게 뭘까요?
 
뭘 해도 답답할 것 같은 현실... 뭘 해도 잘 난 것들이 독식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모두가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내비둬~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송기태는 그냥 내비둘 수가 없습니다. 뭘 해도 답답한 현실이지만, 잘난 것들이 독식해보이는 것 같은 현실이지만, 결코 그냥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효과가 없어 보여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면, 거북이처럼 그렇게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나오는 '거북이'는 '끈기'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터를 필성에게 처음부터 집어넣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필성이 '끈기'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면, 벌써 그는 애 둘 낳고 지낼동안 서울 강력반에 가 있었겠지요. 노력하는 이를 누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돈이 어떻게 모은 돈인데"라는 아내의 외침과 "아빠 도대체 왜 그래~"라는 아이의 외침 그리고 "너 형사 맞냐?"라는 탈주범의 건방진 질문 앞에서 별 다르게 가진 게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제라도 '끈기'라는 캐릭터를 가진 거북이 흉내를 내는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거라도 안 하면 정말 지지리 궁상이 되어버리니까요.

지극히 못나서 느려터진 앞발, 뒷 발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토끼가 비웃습니다. 이 토끼 때문에 도저히 맘이 상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가족들 보기에도 미안하지만, 자기의 지지리 궁상인 모습을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토끼에게 혼줄을 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움직이는 것 뿐입니다. 한 발 두 발 움직이는 것 밖에는 아무 방법이 없습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 영화에서는 "지지리 궁상인 인생도 끈기를 가지고 움직이면, 언젠가는 토끼를 이긴다"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실질적으로 인물들을 그려왔던 이 영화치고, 상당히 우화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사실 우리네 인생, 지지리 궁상이지만 거북이처럼 끈질기게 움직여도 "끝까지 못 따라 잡는 토끼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 상당히 희망을 줍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희망을 주는 것처럼, '거북이 달린다'도 희망을 던져줍니다. 지금 비록 우리의 삶이 지지리 궁상이어도 달려보라고 말입니다. 


한 가지 이 영화를 보면서 참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가 1일 교사로 자녀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참 멋있는 장면인데 왜 눈물이 날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게 우리네 모든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재의 삶이 지지리 궁상이고, 아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자식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그게 오늘날 우리네 아버지들이 꿈꾸고 있는 목표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영화 속의 조필성처럼, 우리네 아버지들도 달리나 봅니다. 그 옛날 광수생각에서 이런 만화가 있었지요. 만화 주인공이 슈퍼맨 영화를 보고 나서 자기의 와이셔츠를 뜯어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S자가 없고 그냥 런닝만 있습니다. 슈퍼맨이 되고 싶지만 슈퍼맨이 될 수 없는 '슬퍼 맨'... 그리고 맨날 괴로운 현실 앞에서 술만 퍼 마셔야 하는 '술퍼 맨'  그것이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니까요... 하지만 자식 앞에서만은 '슈퍼맨'이 되고 싶은 게 오늘날 우리 아버지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잘난 것 없는 인생이 열심히 달려야 하는 그리고 달리는 영화! 그래서인지 저에게는 이것이 '영화'로 보이기보다는, '우리 삶의 이야기'로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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