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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들

연하장 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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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연하장 (때로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포함하여)을 사기 위해서 이 상점 저 상점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새부터인지 연말이 되면 카드를 사러 가지 않게 되더군요. 물론 정말 감사한 분들에게는 꼭 카드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여 적은 수의 카드를 구입하긴 하지만, 남발?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되더군요.

예전에는 지인들에게 카드를 나눠주는 것이 하나의 행복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카드 구입 요금만큼이나 고생하게 되는 것이 그 카드에 일일이 손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지요. 서너명까지는 쓸 말도 술술 풀려나지요.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떨어지는 집중력과 할 말의 소진으로 인해서 이전에 썼던 말들을 열심히 복사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지요. 그렇게 같은 말을 조금씩 바꿔가며 표절시비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연하장을 나눠주게 되면 그 나눠주는 것 자체로 기쁜 일이었습니다. 또한 나에게 전해주는 연하장을 받게 되면, 그 내용이 그렇게 다른 말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고 또 간직하게 됩니다. 그렇게 예전에 받았던 연하장들은 마치 통장을 보관하는 것 마냥, 상자안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군요. 사랑하는 연인이 전해준 연애편지가 아닌데도 말이죠.

그러한 연하장들을 읽게 되면 마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됩니다. "아~ 그때 이런 사람이 있었지", "아~ 그때 이런 일들이 있었어~", "그 사람은 잘 지내고 있을까나~?", (이성에게 받으면) "혹시 나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어느새 부터인지 연하장을 쓰지 않게 되었고, 받지도 않게 되었군요. 무엇 때문일까요?

메일로 주고 받게 되던 플래쉬카드에 눈이 멀었던 것일까요? 정말로 획기적이었습니다. 종이 연하장보다 더 재미있고, 화려하고, 작성하기가 빠르며, 즉시 전송에, 돈도 들지 않는 플래쉬카드! 어쩌면 종이 연하장은 너무도 촌스런 시골 여자같고, 플래쉬카드는 섹시하고 세련된 도시여자같은 (시골의 비하가 아니라~ 왜 그런거 있잖습니까? 알아서 새겨들으시길~) 그런 느낌일까요? 자연스럽게 돈도 굳고 편안하고 재미있는 플래쉬카드에 정신을 놓게 되었지요.

아니면 문자로 주고 받게 되는 편리함에 눈이 멀었던 것일까요? 핸드폰의 발달 또한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플래쉬 카드가 컴퓨터 메일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상대방이 내가 연하장을 보냈다는 사실 조차 알 수 없는데, 바로 상대방의 핸드폰으로 내가 보내는 연하장이 날아가게 되고, 그렇게 긴 말을 적지 않아도 되고, 플래쉬카드보다는 30원의 요금이 들기에 그래도 더 정성스러워 보이고, 재미있는 연하장 내용을 담은 것을 그대로 보내도 좋았고...

아마도 플래쉬카드, 문자! 이 두가지가 종이 연하장으로부터 저를 멀어지게 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점점 종이 연하장은 저에게서 멀어져 가, A4용지 1장을 쳐다보듯 그렇게 쳐다보는 물건이 되었고, 이제는 플래쉬카드나 문자도 잘 보내지 않게 되었군요.

 
그런데 최근에 종이로 된 연하장을 하나 받게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갑자기 반가운 마음이 저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뚫고 올라오듯~ 그렇게 올라오더군요. 요즘도 종이 연하장을 보내는가? 싶기도 하면서(저도 가끔 보낼때가 있으면서 말이죠 ㅋ) 이렇게 받은 연하장이 가지고 있는 가격이 아니라, 그래도 나를 생각해주는 연하장을 보낸 사람의 마음이 생겨나게 되더군요. 

 저는 "종이 연하장은 좋고, 플래쉬카드나 문자는 안 좋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뛰면 걷고 싶고,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라는 말처럼, 약간은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시대는 너무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고, 편리함에 익숙해지기 원하는 세상이 되었죠. 대한민국에서 비만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금액이 연간 1조를 넘는다는 한 글을 읽어본적이 있습니다. 조금 더 내 맘에 맞도록 음식을 먹고, 조금 더 내 몸에 맞도록 움직이지 않았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요?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준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종이 연하장을 보내다가 그것이 불편하니까 더욱 편리한 플래쉬카드나 문자를 택했고, 그러한 플래쉬카드나 문자로 연하장을 보내보니까, 그것을 보내나 안 보내나 똑같다라는 자기 합리화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거지요. 나를 너무도 사랑하다 보니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춰졌고, 나 중심적으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나 중심적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1%씩 늘어날때마다 세상은 크게 변화되겠지요. 


 조금 나에게 불편하더라도, 나에게 있는 소중한 그 사람들을 위해서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플래쉬 카드이든, 문자이든, 종이 연하장이 됐든간에...' 더 간소화하고 더 귀찮아하는 모습이 아니라, 더 잘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옮겨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올해가 끝나가기 전에 한 명에게라도 더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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