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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들

헌책방에 가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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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함께 했던 헌책방

학창시절, 방과 후 매일 저는 한 번씩은 헌책방에 들렸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요. 그저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책들이 있는 것을 보면 보물을 찾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곤 했기 때문입니다.

간혹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이 눈에라도 띄는 날에는 횡재한 것이지요. 만화책 정가의 반의 반정도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야 뭐... 불법 스캔도 없었던 시절이라... 싸게 만화책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대박인 시절이었지요. 그렇게 한권 한권 모아서 전질을 갖추기도 했던 것이 기억이 나곤 합니다.



만화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어 선생님이 이러이러한 책을 사야한다고 말하면, 당장 헌책방으로 달려갑니다. 물론 책의 질은 일반서점보다 떨어지지만 그 가격과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친구들과 함께 달려가서 제일 먼저 구입하는 사람은 횡재한 것과 다름이 없었지요. 책 사는데 있어서 용돈을 아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친구는 '전설의 금서'를 찾기 위해서 헌책방을 배고픈 늑대마냥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책을 찾으면 동네 헌책방 아저씨는 따끔하게 혼을 냈지요. 그러면 그 친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동대문으로 출장?을 떠나곤 했습니다. ㅋ

그렇게 헌책방은 단순히 '헌'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제 학창시절에 빼놓을 수 없었던 공간이었습니다.



 

그 많던 헌책방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데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부터 처음에 전공서적을 찾으러 몇 번 가본 뒤에는 발걸음이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찾는 전공서적이 헌책방에서 그리 쉽게 찾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학창시절 그렇게 즐겨 찾았던 헌책방이라는 곳을 점차 찾지 않게 되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을 때입니다. 어느날 문뜩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 여기 있던 헌책방 어디로 갔지? 학창시절 친구들과 즐겨 갔었던 헌책방이 있던 그곳은 일반 먹거리를 파는 가계로, 옷을 파는 가계로 그렇게 바뀌어져 갔습니다. 동네에 있던 헌책방들은 그렇게 하나, 둘 사라지게 되었지요.

지금은 동네에 유일하게 한 군데가 남아있더군요. 오늘 그 헌책방을 한번 들려보게 되었습니다. 가게 밖에도 헌책들은 자신을 데려가줄 주인을 기다리며, 서? 있더군요. 보석 감별론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헌책방에서는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책을 발견하면, 어? 이런 책도 있었네?하고 느끼게 되니까요.


동아 프라임 영한사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학창시절 이런 사전 하나는 필수였지요. 영어 단어 찾기에도 그러하지만, 피곤할 때 배게 삼아 잘 수 있는 믿음직한 사전이기도 합니다. 단 펼쳐놓고 엎드려 찾다가 침에 잔득 젖어, 퉁퉁 불어버린 사전이기도 합니다만... 참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사전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헌책방 내부로 들어가보니 이것은 흡사 정글속에 와 있는 느낌을 줍니다. 헌책방 아저씨는 이 책들을 다 기억할 수 있을까요? 방대한 책들의 분량은 방대한 지식의 분량만큼이나 많이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빽빽이 꼿혀 있는 책들 중에서 언제나 빈약한 영어공부를 해결할 만한 보석이 있나 찾아보던 중, 쉽게 영어 단어와 영어 숙어를 외울 수 있는 책이 눈에 보입니다. 두 권을 골라서 아저씨에게 물어봅니다.
"얼마나 하나요?"
"오천 만원~" 
싸군요...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발동하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도 헌책방이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합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손가락 몇 번만 움직여도 바로 헌책방 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싸고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요즘은 헌책판매를 하고 있다고 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입니다. 또한 동대문 같은 곳에도 많은 헌책방들이 모여서 대형서점?을 이루고 있지요. 무엇인가 소비자를 위해서 상당히 잘 갖추어진 세련됨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곳보다 이런 동네 헌책방이 더 친밀하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쩌면, 학창시절 내가 주로 찾았던 동네 헌책방들이 사라진 것 때문이 아니라, 학창시절 저의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남아 있는 동네의 이 헌책방이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 하나 둘 잊혀져 갈 것들이 하나 가득 저 헌책방에 모여 있는 것처럼, 제게도 소중한 추억들을 하나 가득 모아놓을 수 있는 추억을 모아놓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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