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리뷰

요괴소년 호야 만화책 리뷰, 요괴만화란 바로 이런 것!

반응형

요괴소년 호야 만화책 리뷰, 요괴만화란 바로 이런 것!

일본을 가면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산사입니다. 그들에게는 참 많은 신들이 있지요. 그 수가 1억이 넘는다고도 하는데... 사실 누군가가 제대로 세어본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1억을 셀 수는 없을꺼 아네요~ 뭐... 일생의 낙으로 삼겠다라고 하면 가능하긴 하겠지만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러다보니 귀신도 많고 요괴도 많고, 신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런 배경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 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요괴소년 호야'가 아닐까요? 

기본적인 이야기

'요괴소년 호야'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호야'(일본이름: 우시오)는 어느날 집안의 창고에서 오랜 시간 동안 창에 꽂혀 있던 요괴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요괴를 꽂고 있는 창은 바로 2000년 전쯤에 중국에서 요괴를 퇴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야수의 창. 야수의 창은 사람의 혼을 힘으로 바꿔 요괴를 퇴치하고, 사람은 점점 야수로 바꾸어가는 그런 창이었습니다. 호야는 그 창과 요괴를 그대로 두려고 했으나, 그의 친구들이 다른 요괴 떼에 의해 곤경당하고 있음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창에 꽂혀 있는 요괴에게 저들을 해치워 달라는 도움을 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서부터 둘의 요괴 퇴치는 시작되지요. 

 호야는 창에 꽂혀 있던 요괴에게 '토라'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토라'는 '호야'를 기회가 있을때마다 잡아먹고자 하고, '호야'는 '야수의 창'으로 자신을 보고하지요. 어쩔 수 없는 주종관계?에 있는 그들이 만나는 요괴를 퇴치할 때마다 서로 점점 가까워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따로 있었지요. 바로 같은 요괴들에게 조차 공포로 불리우는 백면인의 존재입니다. 인간과 요괴에게 공공의 적으로 불리우는 백면인은 그 옛날 공동으로 합세했던 그들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서 일본땅의 기초가 되는 곳으로 파고들게 됩니다. 만약 그가 그곳에서 움직이게 된다면, 일본은 바다속으로 가라앉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부활해서 모든 것을 공포로 만들고자 하는 백면인과, 그 백면인을 저주하며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야수의 창', 그리고 '인간'과 '요괴', 백면인과 오랜 세월 얽힌 인연이 있는 '토라'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하여 얽혀가기 시작합니다.


경우의 수가 보여주는 다양성이 나타나는 만화. 

요괴소년 호야에는 크게 세가지 세력이 나옵니다.

첫번째는 요괴를 퇴치하는 인간입니다. 물론 이 안에는 주인공인 '호야'도 포함되지요. 하지만, 그는 다른 인간들이 요괴를 퇴치하기 위해서 법력이나 주문, 과학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야수의 창'의 힘을 영혼을 주며 빌리고 있기에 유니크한 존재로 나오게 됩니다.

두번째는 바로 요괴들입니다. '토라'를 비롯한 수많은 요괴들은 서로 대적하기도 하고, 연합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목적한 대로 살아가길 바라지요. 거기에는 당연히 인간을 대적하는 요괴도 나오고, 인간을 돕는 요괴도 나옵니다. 요괴들간의 전투도 나오게 되지요.

세번째는 백면인입니다. 공공의 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따르는 수하들을 마련해놓고 있지요. 결국 백면인 자체와 인간, 요괴와의 대결도 있지만, 백면인의 부하와 인간, 요괴와의 대결도 나타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세 가지 세력이 서로 얽혀서 벌이는 전투는 수많은 케이스를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대결-주술과 주술과의 대결. 주술과 과학과의 대결, 인간과 요괴의 대결, 인간과 백면인 부하와의 대결, 인간과 백면인과의 대결. 요괴와 요괴와의 대결, 요괴와 인간과의 대결-선한 요괴와 악한 인간과의 대결. 악한 요괴와 선한 인간과의 대결, 요괴와 백면인 부하와의 대결, 요괴와 백면인과의 대결, 백면인과 인간. 요괴와의 대결, 백면인의 부하와 인간, 요괴와의 대결.

거기에 더 나아가 일종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오는 요괴퇴치 장면까지 나오게 된다면, 총 단행본 33권의 만화속에 나오는 대결들은 비슷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그 모든 장면에는 당면성이 들어가게 됩니다. 모든 대결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지요. 결국 만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나오는 대결들은 의미없는 싸움이 아니라, 모든 것이 의미있는 싸움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길고도 긴 인연


물론 요괴소년 호야 초반부에는 호야와 토라가 반복패턴으로 "요괴등장 그리고 요괴퇴치"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바로 앞에서 말했던 특별한 전투라는 것이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모든 에피소드들을 그냥 버리지 않습니다. '호야'와 '토라'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치르는 많은 전투들, 그리고 더 나아가 앞서 말한 유니크한 모든 대결들은 모두가 하나의 플롯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줍니다. 바로 '백면인'과의 최종전투를 위한 밑밥?이 되는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이러한 밑밥들은 인연이라는 단어로 정리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야와 토라의 여행이 시작하면서 나오는 인연만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후기 작품이었던 '꼭두각시 인형'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호야와 토라의 여행이라는 현재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먼 옛날의 과거까지 전체 이야기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만이 모든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의 연결은 질긴 '인연'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러한 작가의 이야기 진행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 합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요소는 한참 떨어진 저곳의 요소와 연결이 되고, 현재의 요소는 저 먼 과거의 요소와 연결이 되는 듯, 매우 복잡한 이야기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야기가 '요괴소년 호야'를 다시 읽어도 새롭게 다가오도록 만드는 작품이 되는 것이지요.


백면인을 비롯한 괴담의 만화적 표현

최종보스?로 나오는 백면인(백면서생이라고도 합니다)의 전체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약간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 요괴의 존재는 다름 아닌 '구미호'... 거대한 도깨비나 드라큘라, 정령, 용?과의 싸움도 있는데 최종보스가 전설의 고향에서 단골 메뉴?로 나오는 '구미호'라니... 뭐... 거대한 악마와의 전투로 끝을 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작가가 최종보스를 '구미호'로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구미호(九尾狐)는 고대 동아시아의 전설에 나오는, 황금빛 털에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태를 한 동물이다. 천호(天狐)라고도 한다. 포켓몬의 한 종류인 나인테일은 구미호를 모타브로 한 포켓몬이다.

《현중기(玄中記)》에 의하면,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구미호로 변한다고 하는데, 구미호의 수준에 다다른 여우는 이미 하급 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며, 그 능력이 극에 달하면 선도를 터득하여 천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천계에서 옥황상제의 궁정에 거주하며 그를 보좌한다. 그 중 호조사라고 하는 구미호는 오랜 수양을 거쳐 여우로서는 최초로 신이 되기도 했다. 구미호는 대개 여성으로 묘사되며, 인간으로 둔갑할 때도 여성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구미호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냥꾼과 사냥개라고 한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천적에 대한 공포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의 구미호는 표독하고 간사한 여성상을 상징하며,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명나라 때의 소설 《봉신연의》를 보면, 달기(妲己)라는 구미호가 천하를 어지럽히기 위해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하여 은나라의 성군 주왕을 홀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나랏일을 농단하는 등 사악한 짓을 일삼게 하다가 주나라의 무왕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달기가 그러한 짓을 한 이유는 여와의 밀명에 따른 것이었는데, 그 밀명을 완수하면 요괴에서 신선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여와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구미호도 중국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에도 시대의 동화책인 《회본삼국요부전(繪本三國妖婦傳)》을 보면, 달기는 죽지 않고 도망쳐 수백년이 흐른 후 주나라의 마지막 왕인 유왕을 유혹하여 다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으며, 그 후 인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도바천황을 유혹하다가 음양사들에 의해 살생석(殺生石)이라는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한국의 구미호 역시 무서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해를 끼치는 요물은 아니며 인간이 되고 싶은 강한 소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 예가 구미호가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하여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데, 만약 구미호가 자신의 정체를 남편에게 들키지 않고 100일 동안 같이 살면 진짜 인간이 된다고 하는 전설이다. 그러나 전설의 끝부분에 가면 대개 하루를 남겨놓고 정체를 들켜버려 소망을 이루지 못한 구미호는 남편에게서 떠나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 다음 위키백과...

 구미호에 대한 전설은 동아시아에 보편적인 것이라고 하는 군요. 하지만 꼭 꼬리가 아홉달린 여우를 말하는 것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여자에 대한 생각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애절함의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여인에 대한 전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게 되지요. 오히려 악독한 짓을 남성이 더 많이 저질러왔지만, 그러한 여성을 하나둘씩 생각함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일까요? (남성보다는 힘의 관계에서) 연약한 존재인 여성이 독해질 때, 그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아니면 남성들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여성들의 억울함이 풀어지길 바라는 소원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아뭏튼 긴긴 인간의 역사속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남게 된 여성들이 주는 이미지, 이러한 것이 승화되어 '구미호'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가가 창조해내는 거대한 요괴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일상속에서 이야기되어져 오던 흔한? 존재인 '구미호'... 그것을 최종보스로 선택한 것은 그래서 잘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어릴 적 공포이야기로 한번쯤은 들어 왔을, 그리고 생각해 왔을, 이야기 되어져 왔을 것들을 작가는 만화속에서 살려내게 됩니다. 옛날 퇴마록이라는 소설이 나왔을 때 상당히 흥미로웠던 것들이 그런 것이었습니다. 세계의 각종 귀신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비공식적으로 누구나 말해왔지만, 공식적으로 누구가 말한적이 없던 것들... 이런 것들을 작가는 자신의 그림속에 녹임으로서 흥미를 더하게 됩니다. 호야와 흡혈귀가 대결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토라와 천년묵은 뱀이 대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인형속에 들어가 있는 귀신이 활동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괴담들이 단순히 이불 뒤집어 쓰고 어린 시절 들어왔던 이야기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요괴소년 호야'라는 만화속에서 이야기 지탱을 위해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흥미진진할 수 밖에요. 

* 많은 분들이 '요괴소년 호야'의 마지막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고 계시더군요. 자신을 잡아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호야'에게 이미 많이 먹었다고 말하는 '토라'의 말. 예... 저도 이 만화의 처음과 끝을 감싸주는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후지타 카즈히로의 젊은 시절의 역작. "요괴만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준 '요괴소년 호야!'  소장가치 100%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