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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예고편/멜로/드라마/로맨틱코미디

당신을 채우는 것은 무엇입니까? <공기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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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air doll 배두나가 일본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것으로도 주목받았던 영화이지만, 일본에서 칸을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 초청을 받고 배두나 또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의 화려한 경력이 '공기인형'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공기인형, 솔로 남성들의 외로운 밤을 달래줄 수 있는 대용품! 매일 밤 주인의 일방적인 사랑을 받아오며 성욕의 분출구로 지내오는 공기인형 '노조미'(배두나)는 어느 순간부터 죽어있는 물체가 아닌 생물체가 되어버렸다. 이 때부터 배두나로 변하고 묘하게 배두나는 처음에 나오는 공기인형과 너무도 닮아있다. 애초에 배두나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인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인형에서 배두나로 바뀐 상황. 

이제 공기인형 '노조미'는 주인이 일을 하러 나간 낮에는 바깥 세상을 구경하러 나가게 되고, 밤에는 주인의 섹스파트너가 되어서 자신의 본업에 충실히 지내게 된다. 주인이 일하러 나간 뒤에 밖에 나온 노조미가 보는 바깥 세상은 신기하기만 하다. 세상 구경을 마치고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비디오 가게' 엉겁결에 들어가게 된 노조미는 그곳에서 알바생으로 일하게 된다. 

이제 노조미의 이중생활은 시작된다. 낮에는 비디오가게에서 일을 하며 세상을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여인으로, 밤에는 주인의 욕망을 받는 인형으로... 그렇게 지내는 노조미는 점점 인간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아니 인간 세상에 대해 알아나가게 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은...)




사실 공기인형, 그리고 인형이 사람의 마음을 가지게 되어서 사람들의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미 이 설정만으로 어느 정도 영화의 앞날은 예측가능해진다. 결국 현대인들의 텅빈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의중을 공기인형이라는 소재로 담아서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공기만으로 가득차 있는, 그래서 바꿔말하면 안을 채우는 게 없는 그녀~ 그런데 이 영화는 진짜 공기인형은 '노조미'가 아니라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한 노인과의 대화에서 이런 면이 잘 드러난다. 속이 텅빈 사람들이 이 도시에 많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노조미 입장에서는 자신과 같은 '공기인형'들이 많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우리는 그것이 '공기인형'이 아닌, 채우려고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현대인들의 허무함을 말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거식증에 걸린 여자(특히 이 여자는 방안에서 자신만의 최소공간으로 살아가려한다. 영화 '김씨 표류기'의 여자 김씨와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이 여인은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서 끊임없이 음식을 먹어대지만 말이다.), 주변에 젊고 싱싱한(?) 직장동료에 비해 점차 나이 먹어가며 서러움을 느끼는 여자, 오타쿠로 살아가는 학생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참 주목할만한 영화이고, 어떻게 보면 참 예상가능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보여주는 매력은 단지 스토리만은 아닌 것 같다. 우선 배두나의 연기는 작품에 너무도 잘 녹아 있는 듯 싶다. 일본어로만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속에서 그녀는 외국어로도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행동 하나하나 인형으로서 느끼는 혼란감과 공허함 등이 그녀를 통해서 모두 잘 살아난다. 이런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괜찮아 보인다. 인터넷에 '공기인형'이라고 쳐보았더니 '배두나 노출'이라는 관련어가 같이 뜬다. 물론 작품속에서 그녀의 원래 역할은 섹스돌이었으니 노출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며 영화를 보기에는 너무도 아깝게 느껴질 것이 공기인형에서의 배두나 연기일 것이다.

또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잔잔한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는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관객의 마음속에 다가온다. 속도감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그리 환영할만한 상황이 아니겠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은 이 영화에서도 너무도 잘 살아나 있어서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판타지 속으로 점차 들어가는 영화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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