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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예고편/멜로/드라마/로맨틱코미디

약한 이들을 위한 위로곡,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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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영화와 관련된 이미지는 모두다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하였음을 밝히며, 그 이미지의 권리는 제작사 : KM컬쳐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KM컬쳐 에 있습니다. 출처: 알라딘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왔습니다. 사람들마다 시선을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신파였다고 흑평하기도 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구성이 이상하다 말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너무 깔끔한 처리를 했다고 말하기도 하는군요. 저는 괜찮았습니다. 이 영화...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고, 비인기 스포츠 선수들의 도전기가 시작부터 완성의 단계까지 물 흐르듯 잘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완벽이라는 단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겠지요. 제가 봐도 사족같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조금 있기는 했으니까요.

국가대표 - 10점
김용화

그래도 '국가대표' 이 영화, 볼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킹콩을 들다'보다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본격적인 영화리뷰를 들어가기전에 항상 체크하는 것 있지요?

1. 스포 있습니다. 영화보는 재미를 위해, 원치 않으시면 나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2. 이번 리뷰도 좀 길이가 될 듯 합니다. 인내하면서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8 국가대표"                                                                             

 
제가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부상을 입은 칠구(김지석)를 대신해서, 그의 모자란 동생 봉구(이재응)가 스키점프를 해야만 합니다. 그저 후보 선수로 등록만 되어 있는 중학교 3학년 아이인데, 모자라 남들보다 믿음직 하지 않은 아이인데, 뛸 수 있는 선수가 없기에 이 아이가 뛰어야 하는 것입니다. 도무지 무서워서 못 뛰겠다고 말하는 봉구를 형은 거칠게 잡아 끕니다. 도망가려는 그를 붙잡고 말합니다. "니가 뭐냐?" , "...국가대표...", "...18 국가대표..."


1998년 IMF 아픔을 겪고 있던 대한민국, 하지만 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렇게 허접(?)한 나라는 아닙니다. 정말 허접한 나라 앞에서 대한민국이 징징대면, 그건 그 나라들은 목매고 죽으라는 말과 같지요. [너무 차이나는 비교일지도 모르지만, 저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해보십시오. 이 말이 절실히 느껴지실 겁니다.] 하지만 영화 속의 그 순간만큼은 출전국 13나라 중에 가장 허접한 것이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연습장비도 없이 험한 훈련을 해왔고, 돈 한푼도 없어서 코치의 자비를 털어서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대회에 참석했고, 변변한 선수하나 없어서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 그것도 두려워서 벌벌벌 떠는 아이를 스키점프대로 보내야 하는 현실... 그 현실 앞에서 칠구는 말합니다. "...18 국가대표..."

제작사 : KM컬쳐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KM컬쳐 All rights reserved.


'국가대표'라는 영화는 스포츠를 매개로 하여 약자들에게 위로곡을 들려줍니다. 미국으로 7살 때 입양되어서 성인이 된 뒤에 엄마를 찾으러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미국인으로서 그 어느 쪽에도 환영 받지 못하는 '차헌태'(하정우), 고등학교때까지 스키팀에 있었지만 결국 현재 인생 쓰레기로 평가받으며 살아가는 최흥철(김동욱), 강칠구(김지석), 마재복(최재환). 흥철이는 술집 웨이터로 살아가고, 칠구는 귀머거리 할머니와 정신 장애 동생을 두고 군대를 가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재복이는 아버지에게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그저 그런 못난 인생일 뿐이구요. 이런 팀원들을 데리고 '국가대표'팀을 꾸려가야하는 코치 또한 그저 어린이 스키교실을 운영하던, 앞날에 어떤 빛도 기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였습니다.


그들에게 '국가대표' 그리고 '메달'은 그들이 품을 수 있는 희망이었습니다. 누구하나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외에는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없기에 해야만 하는 상황... 무섭고 떨리지만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빛이었기에 그들은 '국가대표'라는 화려한 이름을 지니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도움이 필요해야 하고, 가장 많은 응원이 되어주어야 할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국가대표'라는 빛보다는 '국가대표'라는 짐만을 지워줄 뿐입니다. 조국이 너희를 부른다. 조국이 너희를 원한다. 너희가 조국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겠냐? 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작사 : KM컬쳐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KM컬쳐 All rights reserved.



특히 태도를 바꾸던 스포츠 해설위원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번에 출전해서 좋은 경험이나 쌓아라'라는 말은 너희에게 어떠한 기대도 품지 않는다라는 말과 같으며, 그들에게 주어졌던 '별 것 없는 지원'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조금 될 것 같은 기미가 보이자 그 말은 180도 바뀝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100m는 스키를 타는 사람은 그냥 할 수 있는 것이다.' 등... 하지만 결국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하자, 그들은 금새 또 다시 관심 밖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이러한 현실의 모습과 달리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국가대표' 그리고 '메달'이 그들에게 희망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이미 '국가대표'가 주는 빛을 떠나 자신들만의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대표하는 이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적은 꼴찌였지만, 그들은 가장 빛나는 이들이었습니다. 국가로부터 그리 관심받지 못하는 힘없는 '18 국가대표'를 벗어나서 스스로 '대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 삶은 여전히 현실적 기준으로는 빛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점이 아닌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빛날 자격이 있고, 빛날 수 있습니다. 충실하게 자신을 대표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국가를 위한 광고판일뿐인 '비인기 스포츠 국가대표'                                


'인기 스포츠'나 '비인기 스포츠'나 세상에서 톱이라는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다른 분야에서 톱을 하기 위해 가지는 노력만큼이나 처절한 것들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비인기 스포츠 국가대표들은 남들보다 하나의 난제를 더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국가를 위한 광고판'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영화 속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정식종목 중에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급조하는 위원회. 체계적으로 잘 키워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올림픽 유치를 위한 1회용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스포츠가 활성화 되어 있다!! 라는 것이지요.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과 상관없이, '올림픽 유치'가 안 되면 별 지원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는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결국 그들은 얼굴마담외에는 사용될 것이 없는 것입니다.

제작사 : KM컬쳐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KM컬쳐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영화의 문제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스키점프' 국가대표는 4명이라고 합니다. 4명 중 2명만이 실업팀에 들어가 있고, 나머지 선수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비싼 점프복을 살 돈이 없어서 헤진 곳을 기워서 입고 대회 출전을 해야만 하는 열악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2003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003 아오모리 동계 아시아경기대회 단체전 금메달  2007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은메달   2009 하얼빈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럼에도 국가대표는 4명뿐이며 계속 이어지는 그 인원에 지원은 열악할 뿐입니다.


시민들에게 호소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이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가는 그들로 인해서 자신을 광고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국가를 위한 광고판 역할을 그들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광고료를 국가는 지불하지요. 그러나 그 지불하는 광고료가 열악하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인기 스포츠라면 다른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비인기 스포츠는 4년에 한번 반짝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댓가를 TV출연 몇 번으로 보상받고, 그 몇 번의 출연도 많이 봤으니 지겹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제작사 : KM컬쳐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KM컬쳐 All rights reserved.


한류스타 열풍! 한국을 빛냈다라고 언론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뻥뻥 때려주지만, 이미 예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는 그런 것도 없는 것이지요. G.I.조라는 영화를 통한 이병헌의 첫 헐리우드 진출이라는 관심이 장미란 선수가 세운 세계신기록(이것도 '첫'이지요)이나 여자 양궁팀의 단체전 금메달 신기록 보다 더 크고, 더 오래 가지 않을까요? [이병헌을 비하하려는 말이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물론 약간의 억지도 있지만 말입니다.] 


'국가대표'라는 이 영화, 그런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바쳐지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요? 이런 비인기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온다고 뭐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그들을 조명해주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를 위한 광고판 정도로 밖에 사용되지 못하는 비인기종목 국가대표들의 어려움이 비춰지는 것이 나빠보이진 않습니다. 





찬란한 비행은 그들의 위한 하이라이트                                               

이 영화에서 정말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날아가는 장면입니다. 이것이 실제로 '스키점프'를 하는 매력이고, 이것이 이 영화에서 '빛남'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키대를 지나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착지하기까지의 장면들은 상당히 깔끔하여, 보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보다보면 그 매력적인 장면에 자꾸만 눈을 두게 되며, 영화에서는 클라이막스의 요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제작사 : KM컬쳐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KM컬쳐 All rights reserved.


저 하늘 높이 날아서 마치 새가 된 듯한 그들의 모습, 그들의 삶이 어쨌든, 그들에게 찬란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든 있지 않든, 그 순간 속에서 만큼은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찬란하게 빛이 납니다. 그리고 그 빛남은 그들을 위한 위로처럼 보여집니다. 약육강식이라는 원리속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그들에게 빛은 없어보이지만, 영화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은 빛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그런 이들을 위한 위로곡을 연주하는 것이라면, 저 높이 날아오르는 그들의 멋진 모습은 그 위로곡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카루스의 꿈처럼... 아니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하는 그 멋진 비행의 꿈을 그들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스키점프' 영화라는 '국가대표', 이 영화에서 단순히 빛날 것은 '스포츠'가 아닌, 그 스포츠 너머의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간혹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깔끔한 이야기 전개가 마음에 드는 듯 합니다. 역시 '미녀는 괴로워'를 제작한 감독답게,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이 영화 '국가대표' 주말에 한번 보러가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나가시기 전에 추천 하나 해주세요. 추천은 글 쓰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 2009/07/31 - [1) 세계로.../♥ 짧은 여행이야기(해외편)] - 섬이야, 성이야? 독특한 섬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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