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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예고편/액션/SF

해운대, '한국형 재난영화'라기보단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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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와 관련된 이미지는 '알라딘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본 이미지들의 권리는 (주)JK픽쳐스, CJ 엔터테인먼트 에 있습니다. 

해운대 영화 보고 왔습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남게 되는 2% 찜찜함... 도무지 떨쳐버릴 수 없는 가운데 다른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더군요. 역시 '설왕설래' 제가 보고 온 '해운대'와 다른 영화를 보고 온 듯한 전혀 다른 리뷰나 저런 부분은 정말 공감간다고 느껴지는 리뷰 등 다양합니다. 그렇죠~ 영화 한편을 봐도 느끼는 것이 다양함은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남들은 잘 보고 있는데, 괜히 나만 잘못봤나?라는 생각보다는 '각자 나름대로 본 이야기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운대... 최초의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이 영화, 그간 언론에서 비춰주었던 관심과 영화 소재의 독특함 그리고 막강한 출연진들까지 이 영화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볼 분들이 많을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의 흥행은 따논 당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영화 꼭 '한국형 재난영화'라고 불려야 할까요? 제가 보기엔 그냥 '재난 영화'입니다. 

해운대, 이 영화에 대한 리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리뷰 시작전에 체크하는 요소들~

1. 스포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리뷰들처럼 자세한 스포는 안 할 생각입니다. 뭐~ 메가 쓰나미로 해운대가 초토화 된다 라는 영화 시놉시스에 충실한 얘기 정도만 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튀어나오는 스포는 있습니다.
2. 아~ 이번 리뷰도 무진장 기네요. 인내성을 가지고 읽어주시면 저는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한국형 재난 영화'보다는 그냥 '재난 영화'                                          

재난 영화는 어떤 것일까? 재난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공식은 어떠할까? 적어도 기본적으로 재난 영화가 가져야 할 두가지 큰 틀이 있다고 보여진다. 하나는 '그 재난이 얼마나 무서운가?' 를 표현해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재난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비추게 될 것인가?'이다.

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재난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의 모습이 보여져야 한다. 그리고 그 재난의 범위는 가급적이면 커야 한다. "거대 해일로 인해서 2-3명 죽었다." 이런식이 되면, 과연 공감대가 형성되겠는가? 사람이 죽는 것은 사실 좋은 일이 아니지만, 이런 영화에서는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이 죽어줘야 영화가 산다. 그것도 너무 깔끔하게 죽는게 아니라, 조금은 잔인하고 조금은 고통스러워야 관객에게 몰입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로 있음직해야 한다. 외국인이 침략해서 수많은 지구인들을 죽인다는 인디펜던스 데이는 공상과학영화지 재난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정리해서 말하면, 정말 파괴적이라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그 재난으로 인해서 가급적 많이 그리고 끔찍하게 죽어야 하며(죽음이라는 것의 무서움을 심어주기 위해서), 자주는 아니어도 분명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고 있다면 그것은 재난 영화의 첫번째 틀을 지키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영화 '해운대'는 전자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50m를 넘는 대형 해일 앞에서 버텨낼 인간이 누가 있으며, 해운대 앞바다의 백만 피서객이 몰살 당하면 가급적 많이 죽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끔찍한 죽음이라고 할만한 전기+물 고문도 있으니 닭살 돋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거대 해일이 일어나는 것이야 자주 일어날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가망성있는 일이니 어떠하겠는가? [인도네시아를 덮친 쓰나미도 그러하지만, 알고 계시는가? 칠레쪽에서 일어난 지층의 틀어짐으로 그쪽에서 일어난 해일이 일본까지 간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필자도 한 다큐멘터리에서 봤다. 보고 후덜덜... ]


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할까? 거대 재난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그 재난이 보여주는 무서움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면, 그것은 다큐가 될 뿐이다. "그 재난 앞에서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되는가?"가 이러한 재난 영화에서 표현해주어야 할 요소이다. 모두가 꺅꺅꺅 거리면서 도망칠 때, 그 속에서 인간애를 보여줄 수 있다거나 아님 같이 열심히 도망다니거나 그 재난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인간애를 보여준 영화로 '투마로우'나 '딥 임팩트'를 볼 수 있고, 열심히 도망다니는 걸로 '단데스 피크'를 볼 수 있다. 맞서 싸우는 걸로 '볼케이노'나 '아마겟돈'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어느 한 요소만 있다는 것은 아니나, 대체적으로 그러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재난'이라는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영화의 성격은 달라진다. '해운대'는 어떤 영화일까? 아무리 봐도 열심히 도망다닌다는 것 외에는 별 것이 없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엄청난 희생을 각오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주된 내용도 아니고, 엄청난 재난과 맞서 싸워서 큰 피해를 줄이는 모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저항할 수 없는 저 무서운 파도 앞에서 열심히 버티고, 열심히 도망다녀야 하는게 이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헐리웃'에 주로 등장하는 영웅주의는 없다. 그저 너무도 공감가는 소시민... 아니 소시민이라고 하지 말자. 너무도 공감가는 우리네 사람들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당장 우리 동네에 저런 거대한 재난이 닥치면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리 다르진 않을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가급적 안전한 곳으로 빨리 도망가는 것, 그것이 최고의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런 정신없는 상황에는... 하지만 영웅이 없기 때문에 이 영화가 '한국형 재난 영화'로 불리워야 한다면 "공감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단데스 피크'라는 화산 폭발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장모의 위대한 희생이 하나 있었던 것 빼고는 대부분 열심히 도망가는 것이 전부다. 거기에는 영웅이랄 것도 없다. '타워링'이라는 영화도 그러하다. 불타는 건물에서 열심히 빠져나와야 하는 것이고, '포세이돈'이라는 영화도 그런 면에서 그리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타이타닉'도 사실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양념을 넣었지만 대부분은 거대한 재난 앞에서 두려워하고 도망다니고 최후까지 살아남는 것 뿐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해운대'를 한국형 재난영화라고 부를 것이 있다면 다른 요소에서 찾아야하지, '영웅주의'가 없다고 '한국형 재난 영화'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해운대가 보여주었던 것들은 그리 기존의 재난영화보다 특별할 것은 없다. 거기에 우리 것이다라는 강조를 하기 위한 '한국형 재난 영화'라는 말은 필자의 입장에서 볼때는, '한국에서 일어났던 재난'이라는 것 외에는 그리 '한국형 재난 영화'라고 할만한 것은 없어보인다. 그저 이 영화 '해운대'는 재난 영화로 보일 뿐이다.
그렇기에 '한국형' 휴먼재난 영화라는 말이나 할리우드 공식을 깬 우리것인 영화라는 말들은 그리 와 닿지 않는다.







2% 부족한 재난 영화                                                                     

사실 '해운대'라는 영화, 그리 나쁘진 않다. 하지만 왜인지 이 영화 2%부족한 느낌이다. 처음 이 영화 소재가 '거대 해일'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그리고 상영시간이 '2시간'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2시간 분량의 이야기를 뽑아낼 것이 있을까? 해일이라는 것이 닥치는 것은 순식간이고 그 해일로 인한 삶과 죽음은 바로 극명하게 갈라져 버릴텐데..."  

자칫 잘못하면, 말할 내용도 없어서 '한 얘기 또 하고', '상관 없는 가지 뻗는 얘기 또 하고' 하면서 강의시간을 때우는 강연자의 모습처럼 될 수 있다. 할 말 없으면 빨리 내려와야 한다. 강연 듣는 사람들이 지루해 죽기 전에 말이다.



'해운대'가 재난 영화로서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만들려면, 2시간짜리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깃거리'는 이것저것 다 집어넣어서 하는 것이 '이야깃거리'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해일은 10분이라고 했는데, 해일 자체의 시간이 그 정도인지는 몰라도 해일로 인한 재난의 시작은 그래도 10분은 훨씬 넘는다. 다시 말해 '재난 영화'의 본격적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10분은 넘는다는 것이다.

대충 시간을 보면서 본 바 1시간 20분이 지나면서 해일의 압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2시간짜리 영화인데, 1시간 20분이 지난 다음에야 거대 해일이 밀려왔던 것이다. 그래도 40분은 해일구경과 그로 인한 재난을 관객입장에서 본 셈이다. 그리고 40분은 짧은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대 해일 소재 가지고 40분의 재난 이야깃거리를 만든 감독의 능력에는 감탄하는 바이다. 하지만 1시간 20분이 왜 이렇게 무의미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영화 내용 구성으로서, 재난 부분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보여주었고, 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드라마'를 위해서 감독이 그런 분량을 분배했다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왠지 이러한 에피소드 저러한 에피소드를 갖다붙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서 '드라마'가 강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냥 옵니버스가 강했다라고 말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


분명 영화에 나오는 각 인물들은 서로간에 얽혀있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다양하다고 느껴지는 인물들의 등장과 그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간을 끌 때까지 끌던 영화는, 쓰나미를 빵하고 터트린다. 그렇게 터진 쓰나미가 순식간에 해운대를 쓸고가자, 영화는 또 각 인물들을 비추기 바빠진다. 거기에는 하나의 완성도를 향해서 나아가기보다는 다양한 모습을 비춰주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왠지 '재난 영화'라는 느낌보다는 '재난 뉴스'라는 느낌이 든다. "재난을 당한 뒤에 이러이러한 사연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해운대'의 볼거리                                                                   

1. 김인권이라는 배우


예전부터 '김인권'이라는 배우에 대해 주목해 왔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색깔있는 연기를 보여준 것은 '김인권'이 아니었을까? 다른 배우들을 볼 때 2D라는 상황이라면, 김인권을 볼 때는 3D라는 느낌이 든다. 다양한 표정 연기와 왠지 모르게 캐릭터에 녹아있는 듯한 느낌이 그에게서 보이는 것, '해운대'를 보면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2. 거대 해일


"유치하다.", "티가 난다." 해일에 대해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곤 한다. 하지만 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해일'에 대한 표현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볼거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헐리웃 영화 CG도 티나는 부분 있다. 너무 완벽함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거대 해일이 밀어닥치면서, 일어나는 재난의 상황을 영화가 그려내는 부분은 나름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마지막으로 리뷰를 정리하며, 한가지 아쉬운 점으로 거대 재난으로 인한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할때 시간 배분적인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뜯어 고쳐져야 하겠지만,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나 갈등적인 요소 있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건... 또 하나의 영웅주의 영화를 만들길 바라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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