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미생, 이 드라마 왜 이렇게 슬플까?
유명한 웹툰인 미생을 드라마로 제작한 '미생' 또한 깊은 울림을 대중들에게 주고 있다. 이제 1-2회를 방송했지만,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서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이는 그만큼 미생의 드라마 제작진이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2회에서는 장그래가 낙하산이라는 것을 안 오과장은 그에게 일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당연히 장그래는 회사에서 아무 할일이 없는 잉여의 존재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 그나마 김동식이 이래저래 갈구면서도 장그래로 하여금 회사내에서 덜 비참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삶을 살게 한다.
하지만 오과장은 그것조차 싫다. 낙하산으로 들어오는 놈들 때문에 그렇게 노력을 하는 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니,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장그래를 받아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함께 PT를 할 대상자를 찾는 인턴들은 장그래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별 능력도 없는 장그래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 이유는, 어짜피 PT는 누군가와 함께 해야하는 것인데, 자신보다 잘난 사람과 PT를 해서 자신이 모자라보이는 것보다는 모자란 사람과 함께 PT를 함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훨씬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이유를 처음에 몰랐던 장그래는, 김동식의 조언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현재 회사 내에서 얼마나 쓸모없고 비참한 존재인지 느끼게 된다. 그래도 버티고 있는 장그래에게 큰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된다.
바로 옆 부서의 어리버리한 인턴이 장그래에게 풀을 빌리다가 중요한 문서를 유출하게 되고, 이것이 모두 장그래의 책임으로 돌려지게 된 것이다. 당연히 오과장으로서는 가뜩이나 비운 장그래가 더욱 미울수 밖에 없고, 장그래 또한 자신이 정말 쓸모 없다고 생각하여 회사를 나갈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이게 장그래의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오과장은 장그래를 붙잡게 되고, 취중진담으로 장그래를 감싸주게 된다. 결국 쓸모없는 존재로 끝났다라고 생각했던 장그래는 다시금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번 회에서는 직장의 페이소스가 아주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약육강식과 같은 직장속에서 약하다는 것, 능력이 없다는 것은 한없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유가 된다.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아지는 삶. 마치 요즘 그렇게 많은 이력서를 집어넣지만 불러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향해 '너는 왜 이리 못났니?'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번쯤은 가졌을 자책감이 아닌가 싶다.
그런 상황을 겪고 있는 장그래의 모습은 가녀린 장그래의 모습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시청자들과의 공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너무 잔인한 것은, 그렇게 미워해야 할 어리버리한 옆부서의 인턴조차 참으로 딱한 존재라는 것을 마지막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루종일 눈치만 보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아내는 육아에 지쳐서 아이를 남편보고 재우라고 한다. 남편 또한 하루종일 사람들에게 치여서 이미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미 굽신굽신 거리며 자존감을 모두 버리고 왔는데... 집에서 조차 개선장군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그 어린 아이 하나라도 제대로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니 당연히 시청자로서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넣은 그 어리버리한 인턴을 미워할 수 있을까?
이렇게 미생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네 일생을 더욱 깊게 들여보게 만든다. 이해하기 전까지는 원수였던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지 그의 삶을 돌아보면 연민의 마음이 생긴다. 미생은 그것을 우리에게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 사실 이 직장이라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아가는 그 누구하나 사실 불쌍하지 않는 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글에 공감하시면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