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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들

경복궁 야간개장, 기한을 두는 것부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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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야간개장, 기한을 두는 것부터가 문제다.

 

문화재청이 '가을철 야간 특별개방'의 일환으로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개방을 시행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경복궁은 10월 22일부터 11월3일, 창경궁은 10월 21일부터 11월2일까지 각각 12일 동안 야간개방을 시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 야간개방에는 날짜만이 아니라 또 다른 제한이 따른다. 하루 최대 관람인원이 각각 2000명과 2200명으로 제한이 되며,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로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다. 

 

당연히 한정된 시간과 한정된 인원만이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개장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티켓 구매 전쟁이 벌어졌다. 암표가 기승을 부릴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볼 수 없는 것이 현재 경복궁 창경궁 야간개방의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 관광청의 행보를 보면 답답함에 속이 터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예전에 이런 기사가 난적이 있다. 세계적인 여행잡지인 론리 플래닛의 홍콩지부 직원이 한국을 여행하다가 느낀 불편함 때문에 한국관광청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사람들 가운데 해외여행을 하다가 느낀 불편함으로 인해 그 나라의 관광청을 찾아가는 경우가 몇명이나 있을까? 그것을 생각해보면, 오죽했으면,이 사람이 관광청까지 방문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관광청이 여행자에 대한 서비스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지 않는가? 이번 야간개방이야 관광청이 아닌 문화재청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관광청으로서 이러한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행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문화재청도 마찬가지다. 진정 문화재를 아끼고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꽁꽁 싸매여 접근도 하기 힘들게 만드는 정책'으로 할 것이 아니다. 유럽의 그 오래된 문화재들이 꽁꽁싸맸다고 해서 그렇게 잘 보존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민들과 가까이 함을 통해서 더 자주 돌아보게 되고 더 자주 보수하게 되면서, 오늘날까지도 명성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이렇게 기한을 두어서 극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야간개방이 아니라, 그 문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이나 보호의 문제로 현재처럼 한정된 기한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러하다면 경주의 안압지(현재 동굴과 월지)처럼 야간개방을 하는 곳들에 문제가 일어나도 수차례 일어났어야 한다. 오히려 꽁꽁싸맸던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서 무너졌던 모습을 생각해보자.

 

오히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들을 시민들이 더 많이 찾아올 수 있고 더 사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로 인해 문화재를 더욱 자주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것이, 더 안전하게 가꿀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 

 

 

또한 상시 야간개방은 정말 많은 사람에게 한국의 미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에게 '명소'가 되는 장소 중에는 '야경'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에 명소가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경복궁이나 창경궁은 이미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장소들 중에 하나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아름다운 야경까지 더해진다면 그 장소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여행지 중에 하나가 바로 경복궁인데, 그들이 경복궁의 야경을 보면서 한국적인 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발견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경복궁이 프랑스의 베르사유처럼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정적인 기한을 두어서 지방은 커녕 천만서울시민들조차 좁은 문이 되는 야간개장이 아니라, 정말 누구나 찾고 사랑할 수 있는 장소가 될수 있도록 이제는 문화재청이나 관광청이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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