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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예고편/멜로/드라마/로맨틱코미디

<불꽃처럼 나비처럼> 기억에서 추억이 될 이름, 민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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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를 쓰는데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것에는 실화와 극화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섞임은 관객인 저로서 완전히 냉정한 눈길로 바라보게 만들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넋을 잃고 이야기속으로 빠져 들어가도록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은 영화 자체의 플롯을 뒤흔들게 만들고, 영화 자체만의 플롯을 따라가기에는 자꾸만 실제의 일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에는 마음을 완전히 주기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 '명성황후'에 대한 것입니다. 그녀가 국모가 되는 것이나, 그리 편하지 않았던 궁에서의 일들, 그리고 지금도 상상하기에도 엄청난 낭인들에 의한 무자비한 시해까지...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가 뼈대가 되고 그것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에게 다가가야만 하는데는 이 익숙함과 다른 것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그러한 익숙함이 지루함으로 바뀌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극화된 실화가 이야기적인 생명력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 '명성황후'라는 것보다는 '민자영'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강인했던, 비극적이었던 그녀의 모습보다는 한 여인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가옴은 제게 있어서는 거부감없이 어느새 제 안으로 들어오게 되더군요.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라는 것 때문에 더 주목하게 되는 그 삶... 그리고 그 이야기에 대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그 리뷰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앞에서 체크하는 것들이 있지요~~

1. 이 리뷰에는 스포가 가득합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나가주셔야 합니다.
2. 리뷰는 개인적인 것입니다. 저만의 의견에 집중하지 마시고, 영화에 대해 잘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른 분들의 평들도 참고하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3. 이번 리뷰도 좀 길군요. 그래도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주시면 저에게는 엄청난 기쁨일 것 같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http://www.minjayoung.co.kr/



'명성황후'가 아닌 '민자영'의 이야기                                                       



이 영화에서 가장 깊게 느끼게 되는 것은 대원군과의 마찰도 아니고, 비극적인 그녀의 죽음도 아니다. 어쩌면 그녀의 호위무사였던 '무명'과의 로맨스도 이 영화의 중점적인 것으로 내게 다가오진 않는다. 가을이라는 계절답게 멜로가 어울릴만한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 영화는 '민자영'(수애)으로 다가오게 된다. 다시 말하면 '국모'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여자'의 이야기로 보여지는 것이다.

감히 황후에게 '그녀'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없어 보이는 것인지 모르나, 적어도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의 명성황후 민자영에 대해서는 '그녀'라고 부르고 싶다. 그것이 한 여성에 대한 연민이 담긴 말이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왕실이라는 피비린내 나는 곳, 온갖 규율과 법도, 권력에 욕심이 먼 자와 자신만의 철학이 다른 이의 철학을 눌러야 하는 그러한 곳에서 숨쉬고 싶어도 숨조차 제대 쉴 수 없는 마치 거대한 괴물의 입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여인' 민자영... 그것이 이 영화의 처음에 주목하게 되는 시선이다. 입궁을 준비하기 전에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를 떠나 실화속에서의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궁에 들어간 뒤에도 그녀의 절대적인 편이 되어주어야 할 고종의 외면은 과거의 명성황후와 현재의 민자영이 걸어갔고 걸어가는 그 삶을 쓸쓸히 기억하며 바라보도록 만들어준다.


이러한 영화의 진행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호위무사 무명(조승우)은 삭막한 그 환경속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안식처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남녀의 애절한 로맨스를 떠나서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고독감을 견뎌낼 수 있게 만드는 '영혼'의 문제이며(적절한 단어인지는 모르겠다.) 남녀의 사랑이라는 화려한 꽃보다는 너무도 기본적인 한 사람에 대한 존중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조선 최초로 초콜릿을 맛보는 것이나, 직접 드레스를 입는 것, 와인의 깊은 맛을 즐겼다는 일종의 '시대를 앞선 자'라는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비극적인 그녀의 삶에 있어서 그녀가 가졌던 외로움과 그 외로움을 견디게 해 줄 유일한 구원의 존재로서의 '무명'('빛이 없다'라는 그 이름으로 그래서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그녀에게 유일하게 빛이 되어준 존재는 무명이었기에 말이다.)의 존재는 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서 주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깊이 되새겨 보게 될 때, 이 영화는 꼼씹을 수록 깊은 맛을 내는 그런 것이 되어버린다. 




영화의 잊을 수 없는 장면 3가지                                                        

자영과 무명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자연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게 되면 눈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들이다. 실제로 제작진은 국내에서 문명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은 자연을 찾아다니기 위해서 3년간의 사전 준비 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우포 늪이나 신두리 해안사구 같은 곳들은 이 영화속에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게 된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자연은 자연스럽게 영화와의 연결을 꾀하게 될 때 '자영'과 '무명'을 연상시키게 된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중에 유독 '자영'과 '무명'은 자연과 닮아보인다. 새로운 환경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는 '자영'의 모습에서 자유를 느껴고 싶은 평범한 한 여인네의 모습이 비춰지게 되고, 어머니를 잃은 뒤에 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처가 고독이라는 모습으로 남겨진 '무명'에게도 자연은 그 순수함을 간직한 모습처럼 보여진다. 이러한 요소이기에 그저 영화속에서 보이는 자연이 두 눈을 만족시키는 그러한 것보다는 '자영'과 '무명'의 삶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요소인 듯하여 주목하게 된다. (여담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 꼭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되어버렸다.)




무협 영화 같은 칼싸움

명성황후를 지키는 무명(조승우)와 대원군의 충직한 부하인 뇌전(최재웅)의 칼싸움은 무협지를 연상시킨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전투장면이 오히려 영화를 보게 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었는가 보다. 그 말에 부정할 수는 없어보인다. 이 영화에서 유독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 칼싸움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내게 그것은 또 다른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우선 영화속에서 나오는 칼싸움 장면은 정말 무협영화를 연상시킨다. 특히 CG의 사용은 왠지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그 액션은 영화라는 전체의 틀 속에서는 어색하게 보이지만, 액션 자체로는 충분한 볼거리였다. 시원시원한 그런 액션 장면이 '무명'이라는 인물의 강인함을 설득시키는 요소로 연결되게 되어버리는 것도 그러하다.


영화 속 '무명'이라는 호위무사는 상당히 강인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그것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일종의 설득요소로서 뇌전과의 전투가 비춰지는 듯 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것은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대원군의 부대와의 전투 장면을 연결시키게 만든다. 무모하게 보이는 전투를 결심하는 무명의 모습은 그가 '민자영'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영화의 후반부에 낭인들과의 전투 그리고 죽음에서 그의 강인한 의지가 어색하지 않도록 보여지게 만든다.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결코 쓰러지지 않으려고 하는 무명의 모습은 그가 애초에 강인하게 나와야지만 관객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모습이 왠지 이 영화에서 독특하게 보이는 칼싸움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한 가지 더 그의 강인함이라는 요소는 한 나라의 황후에게 감히 들이대는(?) 남자의 모습을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



요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

이 영화의 마지막, 낭인들에 의해서 불태워지는 민자영의 시신과 무명의 시신, 이 장면은 무명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으로 인해서 더 기억에 남게 된다. 죽은 이들이기에 사실 "상대방을 바라보았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하나의 영화적인 시선으로 하여금 이루지 못한 그들의 사랑의 종지부를 찍어주는 장면이 된다. 특히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으로 돌아가, 민자영의 눈에 무엇이 들어가고 그것을 빼내어 주는 무명의 모습이 영화의 맨 끝에 마무리 되면서, 자연스럽게 눈과 눈의 연결이 꾀어지게 된다.


특히 무명이 민자영의 눈에 들어간 티끌을 빼어내주는 장면은 그 어떠한 키스신보다 더 아름답게 연인의 관계를 묘사하는 장면으로 기억될만 하다. 그러한 그들의 만남과 마지막에 '눈'으로 연결되는 것은 비록 시신이지만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으로 인해서 멋진 마무리를 지어주게 된다. 

더 나아가 민자영이 '무명'의 원래 이름인 '요한'을 부르는 장면까지 포함하여 마지막을 보게 된다면, 그 둘의 사랑의 완성이라는 코드는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만 같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실화와 연관하여 보되, 그것을 너무 개입하지는 않는 것이 좋아보인다. 영화는 황후보다는 한 여인에게 더 주목을 하고 있으며, 역사적 결말로서의 비극적 삶보다는 그 생의 사랑 이야기에 더 주목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는 '명성황후'라는 것보다는 '민자영'으로서 역사라는 특별함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또한 수애와 조승우의 애절한 그 연기는 영화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어 나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그러하기에 앞으로 '명성황후'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될 때면 내게 그것은 머리속에 들어있는 하나의 '기억'이라기보다는, '민자영'이라는 한 여인의 삶으로서의 '명성황후'를 추억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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