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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와 예고편/공포/스릴러

10억,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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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억을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 깊은 인상을 주더군요. 물론 영화적 재미도가 만족을 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좋은 것, 재밌는 것만 즐겨보고 싶은... 그리고 골치 아픈 현실은 외면하고 싶은 그런 우리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국내 최초로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한 영화라고 하는 이 영화 '10억'. 무엇인가 뒷맛이 끕끕한 느낌이 드는 게 즐거운 주말 데이트 용으로 삼고 싶어지지는 않는군요. 하지만 '쓰리 몬스터'나 '마더'같은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영화 괜찮아 보입니다.

10억을 둘러싼 8명의 '생존 게임', 재미도는 6.5 / 생각할 꺼리는 8.5 주는 듯 합니다.(10점 기준)

10억 - 10점
조민호

제목이나 감독이름을 클릭하시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고,
예매하러 가실 수도 있습니다.

자 본격적으로 리뷰 들어가기 전에 알려드릴 것들입니다.

1. 스포 많이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나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_^
2. 영화에 관련된 이미지들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출처는 알라딘 영화입니다.




왜 서바이벌 일까?                                                                      

영화 10억은 그 10억을 차지하기 위해서 8명의 참가자가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나가는 영화입니다. 흔히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하면, 누군가가 탈락하고 누군가가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영화 '10억'에서는 출연자들이 진정한 생존게임을 해야만 합니다. '서바이벌 게임'초반 그들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진정한 '서바이벌'로 뛰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최욱환(이천희)이 시체로 발견되고 이보영(고은아)이 장PD(박휘순)의 화살을 맞으면서부터 그들에게는 급격한 위기감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하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주저주저하게 되지만, 점점 몰입되고 극한으로 치닫을수록 남을 생각함보다는 자신을 생각함으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되어버립니다.

여유가 없을 때는 우선 나만 챙기고 보자라는 심리라고 할까요? 이 심리를 평소에 잘 느낄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상황이 우리 삶에 그리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서바이벌 게임을 계획한 장PD는 게임에 참가한 출연자들에게 이 심리가 드러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장PD의 복수는 시작됩니다.

(주)싸이더스FNH(배급) All rights reserved. 가장 약해보였던 이 여자. 그렇게 약하기에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할지도...



평상시 모습은 상당히 선함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상황 속에서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 저는 이걸 굳이 '위선'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인간은 위선적 존재임을 드러내주는 영화!' 라고 부를 수 없어보입니다. 세상을 선하게 남들과 공조하며 살려고 하는 사람도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기 상황속에서, 남보다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은 위선이 아닌 그 상황에 처한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 최욱환(이천희)을 투표로 제명시키는 장면이 그래서 눈에 많이 남습니다. 여유가 없고 누군가가 제거되어야 한다면 '최욱환'을 제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 유독 시끄럽고 유독 꼴보기 싫은 이가 있다면 평소에는 모르겠지만, 굳이 누군가 하나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그런 타입이 먼저 걸려들지 않을까요? 그렇게 함으로써 또 다시 평안함을 느끼고 싶을 것입니다. 나의 평안함을 깨뜨리게 된다면, 그것은 좋은 것 재밌는 것만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돌을 던져버린 것이니까요. 투표 장면에서 재미있었던 사실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최욱한 다음으로 박철희(이민기)에게 사람들이 많은 표를 던졌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려야 할 특권을 누리는데 방해가 되는 인물이라면, 나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 있는 이가 있다면 그를 제해 버려야 나에게 이득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결국 '서바이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참가자들의 감추어져 있어서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치가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득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고립을 극대화 한 장치들                                                                 

영화 '10억'에서는 '서바이벌'이라는 것 말고 또 다른 재미있는 요소가 발견됩니다. 바로 '지형'과 '방송', '댓글'입니다. 확실히 이 요소들은 인간의 고립성을 극대화시켜주는 배경장치이며, 그 고립된 상황을 지켜봄으로 말미암아 '고립'이 더욱더 심화되도록 해주는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이 게임을 해야 하는 배경이 되는 '호주 퍼스'는 그 장소만으로도 무엇하나 남에게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육지속의 무인도이기에 세상과 끊어져 버린 상황입니다. 자연히 '서바이벌'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집니다. 만약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라면, 분명 도움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전체와 연결되고 전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서바이벌'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전체가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체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전체와 연결되는 길이 끊어진 퍼스 사막은 선택의 길을 좁게 만들어버립니다.  한정된 자원과 한정된 상황속에서 '고립'이 극대화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싸이더스FNH(배급) All rights reserved. 영화 속 사막은 철처한 우리 시대 고립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리고 이 '고립'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방송'인 듯 합니다. 나와는 단절되어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 그들이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지켜만 보게되는 그 상황은 결국 '어떤 이들에게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지만 남의 일일 뿐입니다.' 그저 다음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하고 지켜만 보게 될 뿐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시각, 누군가가 어려움을 맞이했을 때 그것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약간 '냉소적'인 그 시각, 거리에서만 아닌 마음에서도 멀어져 '고립'되어 있는 그 시각은 '댓글'에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 탈락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모습에 대한 '댓글'들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 댓글들은 완전히 '방관자'의 모습입니다. 나와 관계없는 일이기에 그들이 잔인하게 죽어나가도 그 시체 앞에서 농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시체 앞에서 조롱이 나옵니다. 어떤 이들은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 또한 그냥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댓글'은 그들을 향한 시선은 있지만, 그들을 향한 마음은 없는 '고립'된 우리네 모습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러하기에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장PD는 낄낄 대고 웃습니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가 무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던 참가자들이기에, 이제 그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그들 또한 그 기분을 알아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혼자 방송으로 즐기는 것을 너머 다른 이들까지도 장PD의 의도대로 '댓글'을 달아주며 나름의 복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속에서 '사막'이나 '방송','댓글'들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극대화 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가 그런 냉소적인 바라봄으로 누군가를 '고립'시키고, 스스로도 '고립'되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관자 효과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결정적인 것은 바로 방관자 효과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방관자 효과'를 통해서 이 영화의 결정적 클라이막스를 차지하게 됩니다. 바로 왜 장PD가 평범한 이 8 사람들에게 복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불량배에게 처참하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자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것은 정말이지 '외면해버리고 싶은 현실'입니다.

사실 참가자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해서 공감이 갑니다. 누구든 무서운 위협 앞에서 자신을 먼저 보호하고 싶은 것은 인간 본성의 당연한 결과일테니까요. 저는 이 영화가 "불의한 것을 보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도덕적'논증을 다루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방관자 효과'가 무엇이며, 그것이 얼마나 사실적인 우리사회의 모습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주)싸이더스FNH(배급) All rights reserved. 끔찍한 것보다는 이쁘고 좋은 것 보고 싶은 것이 우리네 현실이 아닐런지...



사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상황속에서 우리는 '방관자 효과'의 태도를 보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움직이기는 두렵고 일을 처리하기에는 나에게 너무 귀찮고 위험한 상황이 올 것 같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장PD의 아내가 불량배에게 폭행을 당할 때,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 상황으로부터 몸을 빼기 바빴습니다. 분명 안 좋은 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굳이 나의 고개를 돌려서 그 문제를 외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아가길 원합니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실'이지만, 그것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기에 그저 이번만 눈 딱감고 넘어가버리는 것입니다. 마치 그것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말이지요.


(주)싸이더스FNH(배급) All rights reserved.


그러한 방관자 효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장 PD는 자신의 복수를 마무리하고 나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버립니다. 그리고는 처참한 시체가 되어버리지요. 이 모습을 지켜보는 수많은 영화속 시민들 누구하나 선뜻 그 앞에 나아가는 모습없이 그저 지켜만 봅니다. 그런 행동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미 한번 심하게 겪은 신민아(영화속 주인공)조차 그 모습 앞에 외면하며 떠나가버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어서 그 모습을 찍기는 하지만, 다른 것을 하지는 않고 이제 다시 자신의 발걸음을 옮겨 가버립니다. 다시 일상의 평안함, 일상이 주는 기쁜 현실에만 주목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와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영화 10억이 보여주는 모습이 참 그렇습니다. 현실 앞에서 겁을 먹기도 하고, 귀찮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빨리 그런 일은 잊어버려야 속이 편안하겠다라고 행동하게 되는 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마무리 되는 것입니다.


밤에 '꺄악'하는 비명소리를 들으신다면, 여러분은 바깥으로 나가겠습니까? 아니면 '무슨 일이 있을까?'하며 집안에서 지켜보시겠습니까? '10억' 이라는 영화, 그 완성도나 재미가 높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생각할거리는 참 많이 던져주는 듯 합니다. 아마 이 영화가 말하는 불편한 현실, 그리고 이 영화의 미흡해보이는 완성도가, 재미있고 스트레스 팍팍 풀리며 감동을 주는 그런 영화들에 의해서 묻혀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 삶에 있을 수 있는 그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많은 이들은 그렇게 지나쳐버릴 것 같네요.

                          읽을거리: 2009/08/09 - [* TV 재밌게 보기 *] - 1박2일, 주말 예능 최강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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