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데자뷰여행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난 주 축북영동에 도착하여 1박2일 1회의 모습을 다시 재현하기로 한 제작진과 1박2일 멤버들은 1회 때 했던 방식을 그대로 흉내내는 모습을 가지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1회 때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얻었던 것처럼, 동일하게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면서 웃음을 드리고 음식을 얻어왔습니다.
시골 인심이 넉넉하다는 말은 역시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멤버들을 본 어르신들을 자신들의 손주들이 온 마냥 아주 넉넉하게 음식을 퍼주었습니다. 이렇게 음식을 얻은 1박2일 멤버들은 1회때 했던 것처럼 핸드폰을 돌려서 음식을 먹는 저녁복불복 시간을 가졌습니다. 1회 때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아마 정준영의 행운일 것입니다. 정준영에게는 복불복이 아니라 복복복복복불복인듯 합니다. 핸드폰만 돌리면 안테나가 정준영에게로 향하기 다른 멤버들처럼 그리 치열하게 식사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자리가 좋아서 그런거라며 자리를 멤버들이 바꾸자고 하여 자리를 바꾸면 어지없이 자리를 옮긴 정준영에게로 핸드폰 안테나가 향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정준영은 타고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에 마을 어르신들이 주신 라면을 먹는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물 흘리기 대결이었는데, 정준영의 승리로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저녁복불복을 마친 이들은 이후에 1박2일에서 했던 등목이나 야외취침복불복까지 똑같이 따라합니다. 심지어 텐트와 평상에서 잠을 자는 모습까지 동일하게 따라하게 되지요.
이러한 1박2일 데자뷰 여행은 영화로 치면 오마쥬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1박2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것이었습니다. 강호동이 그리워진다는 거였습니다. 분명 1박2일 현재 멤버들도 웃깁니다.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박2일을 따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문뜩문뜩 시즌1의 영화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항상 중심을 잡고 있었던 강호동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 됩니다. 시골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면서 밥을 얻을 때, 조그만 숟가락을 저녁 복불복을 하고 있을때, 아주 매운 소스로 야외취침복불복을 할 때, 강호동이 그 순간순간들을 살려주는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며, 그러한 강호동의 부재가 얼마나 큰 차이인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단적인 예로 1박2일 1회에서 야외취침복불복을 할 때 강호동과 김종민, 또 다른 누군가는 생각이 안 나는군요. 셋이 동시에 음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반응을 봅니다. 그럴때 강호동은 마치 자신이 걸린듯이 몸을 꿈틀댑니다. 그리고 전혀 의외로 김종민이 튀어나갑니다. 복불복의 묘미를 한껏 살려주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1박2일 시즌3에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힘든 것이지요.
아주 작은 미세한 것 하나로도 재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예능이며, 그 미세함을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 mc의 역할인데, 적어로 야생버라이어티 1박2일에서만큼은 강호동만한 훌륭한 선장이 없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1박2일 데자뷰여행이 아니었더라면, 강호동의 부재를 덜 떠올리게 되었겠지만, 데자뷰여행이었기에 그가 더 떠올려지고 비교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1박2일 시즌1을 즐겨시청했던 시청자들은 행운아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은초딩보다는 행운의 사나이 정준영
1박2일 데자뷰 여행에서는 은초딩, 은지원이 나왔습니다. 사실 은지원이 나온다는 것은 1대 모닝엔젤인 수지보다 더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1박2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 은지원, 그 중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가지고 있었던 이 은지원이 나온다는 것은 아주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초반 은지원의 등장은 역시 예상대로 은초딩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1박2일에 있으면 보여주었을만한 그런 모습. 김종민을 구타하며 깨우고 텐트안에서 잠을 자는 멤버들을 텐트를 잡아 흔들면서 깨웁니다.
여기에 1박2일 시즌3 멤버들과의 대화시간에는 너무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다 한다면서 자신은 일단 억지부터 부렸다는 조언을 하지요. 그것도 안되면 제작진이 해보라고 말한다고 전해주면서 1박2일 시즌3 제작진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사실 지금 시즌3의 멤버들은 정말 순한 어린양처럼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이들에게 본격적으로 땡깡을 놓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당연히 제작진들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제작진을 긴장시키는 은지원의 모습은 딱 1박2일 시즌 1의 은초딩을 보는 듯 하여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은초딩을 포함하여 퇴근복불복이 진행이 됩니다. 게임의 선공을 정하기 위해서 가위바위보 대결을 정준영과 펼치는 은지원. 구 지니어스대 신 지니어스의 대결이었지요. 기대가 되는 이 대결에서 은지원은 꾀를 쓰면서 가위바위보를 승리합니다. '안내면 술래'라는 법칙을 이용하여 정준영을 헷갈리게 만들어 놓은 후에 결국 자신만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승리를 한 거지요. 여기까지가 '역시 은지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자신만만하며 무표정한 정준영마저 당황하게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정준영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갑자기 그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주장을 펼쳐나가는 정준영. 아마 1박2일 시즌1의 경우였다면 은지원의 작전으로 그냥 '지니어스 은'으로 마무리 되었겠지만, 여기에 반기를 제기하며 움직이는 정준영의 모습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같은 반발을 불러 일으키며 은지원을 당황하게 만들기 딱이었지요. 만약 김준호가 여기에서 또 한번 상황을 뒤집는 웃음 욕심을 벌이지 않았다면 은지원의 성과는 제작진에게 이렇게 따져라라는 조언으로만 마무리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정준영의 반격이 이어지게 됩니다. 1박2일 선배들이 자신있어하는 인간 제로에서 정준영만의 전략으로 결국 승리를 하게 되는 것은 시작이었습니다. 이후에 은지원이 제안한 병뚜껑 멀리 보내기 게임에서도 비록 졌지만, 이후에 한명 구제해주기에서 결국 살아남게 된 정준영은 계속해서 자신에게로 카메라가 집중되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은지원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정준영은 자신 위주로 방송이 돌아가도록 만들었지요. 등목을 하는 시간에는 비록 김준호에게 선택권이 넘어가서 처음복수를 당하지만 이후에 받은 것에 배로 돌려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인공의 역할을 감당하고, 이후에 저녁식사복불복에서는 넘치는 복들과 게임에서의 승리로 배부른 시간을 보내며, 야외취침복불복에서 조차 매운 맛을 피해가며 편안한(?) 텐트 취침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은지원의 등장이후에도 정준영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특급 게스트였던 은지원 위주의 방송이 되지 않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정준영 덕택에 데자뷰여행 2회 이야기의 온통 메인일 것 같았던 은지원은 메인과는 거리가 먼 서포터만 감당하고 끝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얍스로 1박2일 내에서 정준영과 함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준호도 은지원에게 비추일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채는 모습을 보였으니, 이 정도면 과연 은지원 카드가 그리 많은 효능을 보았는가? 라는 의문점이 들기도 하더군요. 어찌보면 이러한 모습은 지금 1박2일 시즌3 멤버들에게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1박2일 레전드 시절의 은지원이 그 명성에 비해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것은 이미 시즌3 멤버 위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만약 은지원이 한회 방송분량을 뽑아버린다면 여전히 시즌3는 시즌1의 그늘 안에서만 갇혀 있어야 할테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저번에 말햇던 거처럼 1박2일 시즌3는 1박2일 시즌1의 영화를 되찾는 것에 오히려 힘쓰는 '자신들만의 색깔 만들기'에 더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기회가 있을때 말입니다.